가을우울증
**계절성 우울의 기전과 운동 중재: 빛, 생체리듬, 그리고 염증**
가을·겨울이 되면 유난히 무기력해지는 분들이 있습니다. 단순히 "의지가 약해서"가 아닙니다. 몸속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생물학적 변화 때문입니다.
햇빛이 줄어들면 멜라토닌과 세로토닌의 균형이 흔들리면서 우리 몸의 하루 리듬(일주기 리듬)이 흐트러집니다. 실제로 위도가 높아 겨울에 해가 짧은 지역일수록 계절성 우울을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증상도 우리가 흔히 아는 우울증과는 조금 다릅니다. 잠을 못 자는 대신 오히려 잠이 쏟아지고, 밥맛이 없어지는 대신 탄수화물이 자꾸 당기며 체중이 늡니다. 자는 시간은 긴데도 깊은 잠이 줄어 아침에 개운하지 않은 것도 특징입니다. 여기에 활동량 감소, 사람을 피하고 싶은 마음, 집중력 저하, 이유 모를 통증까지 겹치기 쉽습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길까 — 염증이라는 단서**
최근 주목받는 설명은 '염증'입니다. IL-6, TNF-α 같은 염증 물질이 뇌에 작용하면, 몸이 아플 때처럼 활동을 줄이고 잠을 늘리며 기분을 가라앉히는 반응이 나타납니다. 원래는 감염됐을 때 몸을 쉬게 해 회복을 돕던 자연스러운 반응이지만, 만성 스트레스와 활동량 부족이 겹친 요즘 환경에서는 이 반응이 쉽게 끝나지 않고 이어집니다. 나이가 들면서 몸에 낮은 수준의 염증이 쌓이는 것도 이런 취약성을 키우는 요인입니다.
**그래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유산소 운동과 근력운동이 염증을 줄이고 기분을 개선한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무기력한 상태에서 격렬한 운동을 시작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죠. 그런데 2024년 BMJ에 실린 대규모 분석에 따르면, 걷기·조깅 못지않게 요가처럼 부드러운 움직임도 우울 증상을 크게 줄였고,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효과가 더 뚜렷했습니다.
숨이 찰 만큼 힘들어야 효과가 있는 게 아니라는 뜻입니다. 잠들기 1~2시간 전 20분씩, 주 3회 정도 스트레칭을 하고 날숨을 들숨보다 길게 내쉬는 호흡을 더하면 몸을 이완시키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됩니다. 아침에 15~20분 정도 밖에 나가 햇빛을 쬐면 흐트러진 리듬을 바로잡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다만 운동은 치료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병행하는 전략입니다. 증상이 2주 이상 이어진다면 전문가의 진료를 먼저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 스포츠과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