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은 아침저녁으로 바람이 선선해지고 하늘이 높게 느껴지는 가을의 시작이다. 걷기 좋은 계절이지만 이맘때면 이상하게 몸이 조금씩 무거워진다.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찐다는 ‘천고마비’라는 말이 괜히 생긴 것은 아닐 것이다.

걷고는 있는데, 왜 달라지는 게 없을까

가을이 되면 더위에 밀렸던 입맛이 돌아온다. 반면 해는 짧아져 마음만큼 활동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러닝이 대세라지만 무릎이나 발목이 좋지 않거나 운동 경험이 부족하면 조심스럽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걷기부터 시작하지만, 곧 이런 생각이 든다. ‘매일 걷는데 왜 별로 달라지는 게 없을까?’ 걷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방법이지만 하루에 그만한 시간을 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면 시간은 그대로 두고 강도만 올리면 된다. 등에 배낭을 하나 메고 걷는 것이다.

러킹, 배낭을 메고 걷는다는 것

러킹(rucking)은 군용 배낭을 뜻하는 ‘럭색(ruck sack)’에서 온 말로, 배낭에 무게를 넣고 걷는 활동이다. 미국에서 먼저 대중화됐고 국내에서도 등산 인구를 중심으로 퍼지는 중이다.

단순한 변화지만 차이는 크다. 같은 거리와 속도로 걸어도 몸이 감당할 무게가 늘어, 시간을 늘리지 않고 강도를 높일 수 있다. 무게를 지탱하며 어깨와 등, 코어가 함께 쓰여 하체 위주인 일반 걷기와 다르다. 두 발이 지면에서 동시에 떨어지지 않아 관절 충격도 크지 않다. 실제로 무게를 지고 달릴 때보다 걷거나 하이킹할 때 부상 보고가 적다.

이렇게 시작해 보자

전용 장비는 필요 없다. 등판이 단단하고 어깨끈이 두꺼운 배낭이면 충분하며, 한쪽으로 메는 가방은 피한다. 무게는 집에 있는 생수병이나 책이면 되고, 수건으로 감싸 배낭 안에서 구르지 않게 고정한다.

시작 부하는 체중의 5% 정도가 무난하다. 60kg이라면 3kg, 2L 생수 한 병 반이다. 어깨끈을 조여 배낭을 등에 밀착시키고, 가슴 스트랩과 허리 벨트가 있다면 반드시 잠근다. 무게가 어깨에서 골반으로 옮겨 가 훨씬 편해진다. 걷는 중간 어깨를 뒤로 젖혀 자세를 확인하자. 턱이 앞으로 나오고 등이 굽는다면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뜻이다.

8주면 권장량에 닿는다

세계보건기구와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은 주당 중강도 신체활동 150분을 권한다. 첫날부터 채울 필요는 없다.

주차

무게

1회 시간

횟수

주당 활동량

1~2주

체중의 5%

20분

주 2회

40분

3~4주

체중의 5%

30분

주 3회

90분

5~6주

체중의 7%

40분

주 3회

120분

7~8주

체중의 10%

50분

주 3회

150분

무게는 5주와 7주 차에만 올리고, 그 사이에는 시간과 횟수만 늘린다. 무게와 운동량을 한꺼번에 바꾸지 않는 편이 안전하기 때문이다. 언덕에 도전하는 날은 무게를 가볍게 한다. 러킹은 유산소 권장량을 채워 주지만 근력운동을 대신하지는 못하니, 주 2회 이상의 근력운동은 따로 챙기자.

가을철 러킹, 이것만은

일교차가 크니 얇은 옷을 여러 겹 겹쳐 입고, 더워지면 벗어 배낭에 넣는다. 젖은 낙엽은 생각보다 미끄럽다. 무게를 진 상태에서 넘어지면 균형을 잡기 어려우니 접지력 좋은 신발을 신고 내리막에서는 속도를 줄인다. 저녁에 걷는다면 밝은 색 옷이나 반사 소재로 눈에 잘 띄게 한다. 허리·목 디스크나 골다공증이 있다면 시작 전 전문가와 상담하고 더 가볍게 출발하는 것이 안전하다.

러킹은 특별한 각오가 필요한 일이 아니다. 늘 걷던 길을 조금 다르게 걷는 것뿐이다. 이번 가을에는 내 몸 대신 배낭의 무게를 조금씩 늘려 보자.


참고문헌

1.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Guidelines on Physical Activity and Sedentary Behaviour. Geneva: WHO; 2020.

2. 보건복지부, 한국건강증진개발원. 한국인을 위한 신체활동 지침서(개정판). 2023.

3. Huang TP, Kuo AD. Mechanics and energetics of load carriage during human walking. J Exp Biol. 2014;217(4):605-613.

4. Knapik J, Harman E, Reynolds K. Load carriage using packs: a review of physiological, biomechanical and medical aspects. Appl Ergon. 1996;27(3):207-216.

 

대한스포츠의학회 스포츠과학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