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은 끝났지만, 한국 축구의 숙제는 이제 시작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과 대한축구협회 논란으로 보는 한국 축구의 과제

월드컵은 늘 축제처럼 시작됩니다. 새 유니폼을 꺼내 입고, 경기 시간을 확인하고, “이번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품습니다. 선수들이 입장하는 순간, 우리는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같은 마음으로 공 하나를 바라봅니다. 하지만 축제는 때로 숙제를 남깁니다. 2026 북중미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은 A조 3위, 1승 2패로 조별리그를 마쳤습니다. 첫 경기 체코전 승리로 기대를 키웠지만, 멕시코전과 남아프리카공화국전에서 각각 0-1로 패하며 32강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이번 대회는 48개국 체제로 확대되어 각 조 1·2위와 12개 조 3위 중 상위 8개 팀에도 토너먼트 진출 기회가 주어졌지만, 한국은 그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경기는 끝났지만 질문은 남았습니다. 왜 우리는 좋은 출발을 살리지 못했을까요? 왜 마지막 경기에서 스스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까요? 그리고 이 결과는 단지 선수와 감독만의 책임일까요, 아니면 한국 축구를 움직이는 시스템 전체가 함께 돌아봐야 할 문제일까요?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이후, 대한축구협회가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서다.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 이후 국민들의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은 커졌습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도 “조직과 인사의 실패”라고 지적을 하였습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대표팀의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과 관련해 대한축구협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혔고, 외부 전문가가 포함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협회의 운영과 의사결정 과정을 살펴보겠다는 입장을 내놓았습니다.

 

국민이 대표팀에 실망했을 때, 공적 감시는 필요합니다. 특히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사업, 예산 집행, 절차적 위법성, 부조리나 비위 의혹이 있다면 확인과 개선은 피할 수 없습니다. 축구대표팀은 국민적 관심과 공공성을 가진 영역이고, 대한축구협회 역시 사회적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필요합니다. 감사는 필요하지만, 개입은 조심해야 합니다.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자율성까지 무너뜨려서는 안 됩니다.

 

체육단체의 자율성

축구협회는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닙니다. 국제축구연맹 FIFA와 아시아축구연맹 AFC 체계 안에서 운영되는 회원 단체이며, 국제 축구 질서 속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요구받는 조직입니다. AFC는 회원협회가 자신의 업무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제3자의 부당한 영향 없이 운영되어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또한 정부가 축구 발전을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회원협회의 내부 업무에 간섭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 원칙은 협회를 보호하기 위한 방패만은 아닙니다. 선수 선발, 감독 선임, 대회 운영, 협회장 선거와 같은 축구 내부의 의사결정이 정치적 압력이나 여론의 즉흥적 요구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축구가 축구의 전문성으로 움직이게 하려는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합니다. 물론 자율성은 면책특권이 아닙니다. 자율성은 “아무도 간섭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라, 스스로 투명하게 운영하고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 인정받는 가치입니다. 절차가 불투명하고, 설명이 부족하고, 반복되는 문제가 고쳐지지 않는다면 자율성은 신뢰가 아니라 불신의 언어가 됩니다.

 

대한민국의 축구 발전을 위한 정부와 대한축구협회의 역할은?!

정부의 역할은 분명히 있습니다. 공적 재원이 투입된 사업을 점검하고, 위법·부당한 행정이 있었는지 확인하며, 국민에게 필요한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특히 체육단체가 공공성과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만큼, 최소한의 감시와 제도 개선 요구는 정당한 영역에 속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 인사의 사퇴를 사실상 압박하거나, 감독 선임과 협회장 선거 등 축구 내부 의사결정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나아간다면 문제는 달라집니다. AFC는 정부가 국가대표팀 성적 부진을 이유로 회원협회 임원을 교체하거나, 법·제도를 통해 체육단체를 통제하려는 사례가 제3자 개입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이런 외부 개입이 지속될 경우 FIFA와 AFC의 제재 위험까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FIFA는 2024년 한국 문체부의 대한축구협회 감독 선임 절차 조사와 관련해, 협회가 제3자의 부당한 영향 없이 독립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우려를 전달한 바 있습니다. 당시 조사는 홍명보 감독과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선임 절차를 둘러싼 문제를 살펴보는 과정이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한쪽으로 치우친 결론이 아닙니다. “정부는 손대지 말라”도 답이 아니고, “정부가 나서서 다 바꿔야 한다”도 답이 아닙니다. 정답에 가까운 방향은 정부는 위법과 예산, 공공성의 영역을 투명하게 감사하고, 축구의 전문적 판단과 선거·인사 결정은 협회가 독립적으로 책임지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협회는 자율성을 말하기 전에, 그 자율성을 지탱할 만큼 투명한 절차와 설명 책임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대한민국 축구가 다시 얻어야 할 것은 성적보다 먼저 ‘신뢰’입니다.

대표팀의 패배는 너무나 아쉽습니다. 그러나 더 아쉬운 것은 패배 뒤에 반복되는 혼란입니다. 감독 선임 과정이 논란이 되고, 협회 운영이 의심받고, 정부 감사와 국제 규정 우려가 동시에 거론되는 상황은 한국 축구가 단순히 경기력만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좋은 축구는 좋은 선수만으로 완성되지 않습니다. 좋은 지도자, 건강한 리그, 장기적인 유소년 육성, 스포츠 과학, 투명한 행정, 그리고 팬들이 납득할 수 있는 의사결정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이제 한국 축구가 던져야 할 질문은 1) 다음 감독은 누구인가보다, 어떤 기준과 절차로 감독을 선임할 것인가? 2) 누가 책임질 것인가보다, 책임을 확인하고 개선하는 제도는 어떻게 만들 것인가? 3) 정부가 나설 것인가 말 것인가보다, 공적 감시와 체육 자율성의 균형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 과 같이 조금 더 근본적이어야 합니다.

 

월드컵은 끝났지만, 대한민국 축구의 개혁은 이제 시작입니다.

월드컵은 90분의 승부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4년의 준비가 드러나는 자리입니다. 한 번의 패배는 경기장에서 나오지만, 반복되는 실패는 구조 속에서 자랍니다. 이번 결과가 분노와 책임 공방으로만 끝난다면, 한국 축구는 4년 뒤에도 비슷한 질문 앞에 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계기로 대한축구협회가 투명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정부가 과도한 개입을 경계하면서도 공적 책임을 분명히 하는 기준을 세운다면, 실패는 다음 출발의 근거가 될 수 있습니다.

축구는 공 하나로 많은 사람을 움직이게합니다. 그래서 축구 행정 역시 사람들의 신뢰 위에 서야 합니다. 한국 축구에 지금 필요한 것은 더 큰 목소리가 아니라 더 분명한 원칙입니다. 자율은 책임과 함께 가야 하고, 감시는 절제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그 균형 위에서만 대한민국 축구는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월드컵의 함성은 멈췄지만, 대한한국 축구의 시간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다시 공을 차고, 국민들은 더욱 열광하고 응원해야 할 것입니다. 더 투명하게, 더 책임 있게, 그리고 더 멀리 보고 국민의 열광과 희망이 함께 하도록 해야합니다.

 

좋은 축구는 좋은 시스템에서 시작됩니다.

이제 분노를 잠시 내려놓고, 대한민국 축구의 내일을 위해 다시 앞으로 공을 차야할 때입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 대외협력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