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워지면 더 빨라질 것이라는 위험한 믿음

운동과 다이어트가 일상화된 현대 사회에서 "체중을 줄여 몸을 가볍게 만들면 운동 수행 능력이 향상되고 건강해질 것"이라는 믿음은 하나의 상식처럼 통용되곤 합니다. 많은 이들이 식사량을 엄격히 줄이면서도 고강도 러닝이나 피트니스 훈련에 몰두하며 자신의 한계를 시험합니다. 그러나 우리 몸에 들어오는 에너지보다 소모하는 에너지가 훨씬 많은 상태가 지속될 때, 신체는 건강해지는 대신 생존을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합니다.

 

스포츠 의학계는 이러한 불균형이 초래하는 전신적 손상을 주목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이를 주로 마라톤이나 체조, 발레 등 체중 조절이 중요한 종목의 여성 선수들에게서 나타나는 '섭식장애, 무월경, 골다공증'의 연쇄 반응, 즉 '여성 선수 삼징후(Female Athlete Triad)'로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연구가 거듭되면서 이 현상이 비단 여성에게만 한정되지 않으며, 신체와 정신 전반을 파괴하는 포괄적 질환임이 명백해졌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14년 이를 남성까지 아우르는 '상대적 에너지 결핍증(RED-S, Relative Energy Deficiency in Sport)'으로 확장 정의하였고, 최근 2023년 합의문을 통해 생리적 손상뿐 아니라 심리적·정신적 문제까지 핵심 축으로 통합한 'REDs' 개념으로 정교하게 재정의했습니다.

 

배터리가 바닥난 신체, 전신으로 번지는 연쇄 고장

1. 문제의 본질: 내 몸의 '가용 에너지 부족(LEA)'

일반적으로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최적의 가용 에너지는 제지방 1kg당 하루 45kcal 수준이지만, 이 수치가 30kcal 미만으로 떨어지면 신체는 즉각 '비상 절전 모드'에 돌입합니다. 스마트폰 배터리가 방전 직전에 이르면 화면 밝기를 낮추고 부가 기능을 차단하듯, 뇌는 당장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장기적인 건강 유지에 필요한 생식계, 골격계, 면역계 기능을 하나씩 꺼버리는 것입니다. 나아가 최근 의학계는 총 열량 결핍뿐만 아니라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하는 식단(저탄고지 등) 역시 염증 수치를 높이고 뼈 대사와 철분 흡수를 방해해 REDs의 악영향을 증폭시킨다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2. 침묵 속에 망가지는 몸과 마음

신체가 절전 모드에 머무르면 전신에 걸쳐 연쇄적인 이상이 발생합니다.

첫째, 생식 및 내분비계의 마비입니다. 여성의 경우 에스트로겐 수치가 급감하며 무월경이나 생리 불순이 찾아오고, 남성 역시 테스토스테론 저하로 성욕 감퇴와 아침 발기 감소 등을 겪게 됩니다.

둘째, 골격계의 붕괴입니다. 성호르몬의 불균형과 영양 결핍은 20~30대의 젊은 나이에도 뼈를 급격히 약화시켜 조기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을 유발하며, 일상적인 충격에도 피로골절(스트레스 골절)이 반복되는 치명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셋째, 대사 저하와 전신 증상입니다. 기초대사량과 갑상선 호르몬 수치가 곤두박질치고, 철분 흡수 장애로 인한 만성 빈혈, 면역력 저하로 인한 잦은 감염, 비정상적인 서맥(느린 맥박), 소화불량 및 복통이 뒤따릅니다.

 

무엇보다 비극적인 것은, 체중을 감량한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가벼워진 몸 덕분에 운동 기록이 좋아지는 착시가 나타난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신체는 에너지가 고갈되어 글리코겐과 근육 단백질을 합성하지 못하고, 결국 근력과 지구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심각한 훈련 정체기를 맞이합니다. 여기에 체형에 대한 강박과 음식에 대한 죄책감, 우울, 불안과 같은 심리적 붕괴가 맞물리면서 선수와 운동인들을 파멸적인 악순환으로 몰아넣습니다.

 

미국 육상 역사상 가장 유망한 장거리 천재로 불렸던 메리 케인(Mary Cain)의 사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세계적인 코치진 밑에서 "기록을 단축하려면 무조건 더 말라야 한다"는 혹독한 체중 감량 압박을 견디던 그녀는, 결국 3년 동안 생리가 완전히 멈추고 뼈가 5번이나 부러지는 중상을 입은 채 극심한 우울증과 자살 충동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체지방과 식습관이 적절한 '초록불(정상)' 단계에서는 정상적인 훈련이 가능하지만, 생리 불순 초기나 경미한 뼈 손상이 감지되는 '노란불(경도)' 단계부터는 식단과 훈련량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무월경이 3개월 이상 이어지거나 피로골절 병력이 겹치는 '주황불(중등도~고위험)' 단계에 이르면 즉각 훈련 강도를 대폭 줄여야 하며, 심각한 저체중과 섭식장애, 극단적인 서맥이 동반되는 '빨간불(초고위험)' 상태가 되면 모든 운동과 시합 출전을 중단하고 즉각적인 입원 치료와 전문적인 의학적 개입을 받아야 합니다.

 

'운동 성과'보다 앞서야 할 것은 '삶의 건강'

REDs가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는 "건강이 먼저이고, 운동 성과는 그 다음(Health First, Performance Second)"이라는 점입니다. 뼈의 손실과 신체 장기의 대사 저하는 한 번 망가지면 원래대로 되돌리기까지 막대한 시간과 고통이 따르며, 때로는 영구적인 후유증을 남깁니다. 특히 아직 신체와 정서가 성장 중인 만 18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는 체지방 감량을 압박하는 무분별한 체성분 측정을 엄격히 제한해야 합니다.

 

연료를 채우지 않은 채 액셀러레이터만 세게 밟는 자동차는 결국 도로 위에서 엔진이 폭발하고 멈춰 서기 마련입니다. 운동을 통해 더 나은 신체를 가꾸고 기록을 경신하고 싶다면, 그에 상응하는 양질의 영양과 에너지를 충분히 공급해 주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훈련의 일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생리 주기의 이상, 만성적인 피로, 잦은 잔부상 등 몸이 보내오는 배터리 경고 신호에 귀를 기울일 때, 비로소 부상 없이 지속 가능한 건강을 완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스포츠의학회 여성스포츠위원회

삼육서울병원 재활의학과 과장 김리나